(12편 수정했습니다. 먼저 보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벼락이 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벼락이 쳐서 백성들의 원성만 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국도 감히, 신룡에게 말을 올리지 못했다. 신룡이 매우 참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환되질 않는다.” 궁 안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무능한 것이 어찌 용이란 말이냐.” 신...
난초궁을 빠져나가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사실 바로 들킬 줄 알았는데. 몸에 있던 근육이 빠져서 뛰는 것조차 다리가 후들거리는 지금, 잡힌다면 다시 난초궁에 갇히는 건 뻔한 사실이었다. 하난이 이를 악물고 사람이 적은 궁궐의 뒤편으로 달렸다. 담을 넘기 직전, 뒤에서 병사들의 소리에 놀라 담 너머를 보지 않은 채 넘었다. “…….” 하난이 표정을 굳혔다. ...
다음 날 폐하께선 오지 않으셨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나는 더 상처받기 싫었다. 헛된 희망이었다. 죽은 식물에게 물을 줘도 살아나지 못하듯이, 이미 늦은 것이었다. 하난이 한숨을 쉬고 닫힌 창문을 바라봤다. 갑갑했다.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산에 올라가 풀 내음을 맡고 싶었다. 여기서 나가 아이의 무덤 옆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었다. 파란 하늘과 구...
시간도 알 수 없었다. 근신령이 내려진 후 어떠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게 된 탓이었다. 저번에는 병사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가 병사 전체가 교체되었다. 그 이후에는 어떠한 병사도 하난의 질문에 대답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식사 시간에만 문을 열어 음식을 놓고 가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식기를 가져가고 탕약을 가져왔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 같아 하난이 인상을 쓰고...
. 천명을 따르지 못한 사군자의 난초는 벌을 받았지만, 그 벌이 죽음은 아니었다. 차라리 죽음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난이 텅 빈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젠 이 안에는 폐하도, 천명도,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은 더 이상 사군자가 아니었다. 폐하의 ‘양심’이라는 천명을 잃어 결국 한낱 인간이 된 것이다. “흐…….”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릿했다. 어...
어두웠다. 눈을 떠도, 뜨지 않아도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이게 나의 죽음인 것인가? 슬픔보다는 춘매 곁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코앞도 보이지 않는 까만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어디가 앞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걷는지도 모르지만 걷는 게 임무라는 듯 계속해서 걸어갔다. ‘천명을.’ “천명을……?” ‘지키지 못한 너는 더이상 사군자가...
“요즘에는 난초 궁이 조용하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시끄러울 수가 없었는데.” “…….” “왜 정작 내 앞에선 부르지 않는 것이냐? ‘신룡님.’이라고.” 그의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가 저절로 들렸다. 들끓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당신을 보기만 해도 좋다고 두근거리는 심장에 눈물이 나고 괴로워 어찌할 줄 모르다 작게 뱉은 말이었다. ‘신룡님……....
내 천명은 당신의 양심으로서, 당신을 지키는 것. 눈을 떴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 천명으로 살아왔다. 내 삶의 이유였고, 내 전부였다. 내 삶에 내가 없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없는 내 삶은 당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나는 행복했었다.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이가 잠자고 있는 작은 무덤을 끌어안았다. 흙냄새가 파고...
미세한 양심조차 없다. 이게 나의 존재의 크기다. 드디어 눈을 가리던 천을 풀어낸 것이다. 바로 앞의 현실을 가리기 위해 내 눈을 가린, 멍청함을. 인정한다. 자신의 주군에겐 더 이상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였다. 미세한 금이 모여 굵은 금을 만들어냈고 굵은 금이 모여 마음을 깨버렸다. 다시 붙일 수도 없게, 산산조각으로. “저는, 저는….” 아이 하나가 ...
[신룡하난/룡난] 난향천리 4 신룡 후회공 × 하난 짝사랑수 사람을 죽일 때도 묻지 않았던 피가 폐하 덕분에 묻었구나. 자신의 피가 묻은 옷을 보는 하난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아무렇지도 않았다. 익숙해진 걸까……. 애써 씁쓸한 마음을 삼키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몸 곳곳이 멍들고 터져 옷이 닿는 것만으로 쓰렸다. 손찌검을 하던 신룡은 최근, 쓰러진 자신을 ...
[신룡하난/룡난] 난향천리 3 신룡 후회공 × 하난 짝사랑수 “난 꽃이란 향이 천리까지 간다지?” “…….” “세지도 않은데 은은하게 멀리까지도 가는구나, 하난아.” “…… 간지럽습니다.” 하난이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여 붉은 귀를 숨켰다. 신룡은 모습을 감춘 붉은 귀를 더 만지고 놀릴까, 생각하다 그저 소리 없이 웃었다. 웃으며 흔들리는 어깨가...
[신룡하난/룡난] 난향천리 2 신룡 후회공 × 하난 짝사랑수 “.......” “... 괜찮아? 같이 갈까?” “폐하께서 명령하신 일이야. 나 혼자 충분해.” 걱정하는 추국에게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마저도 힘들어 표정을 지웠다. 무표정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하난을 추국은 걱정하는 눈으로 보다가 오랜만에 온 난초 궁을 눈에 담았다. 여러 서책과 명화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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